공무원과 기적의 티키타카

얼마전 제주 표선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 투숙객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사 참고>

손님이 오랜시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 실종신고가 접수 됐었는데다행히 대정의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무사히 발견돼 범죄와 무관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이났었다.

해프닝으로 끝난 이 사건 이외에도, 과거보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관광객들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제주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큰 이슈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제주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제주 안전여행지킴이’(줄여 안전지킴이) 서비스를 시작했다안전지킴이는 소형카메라와 GPS가 장착된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다.위급한 상황에 놓인 관광객이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에 녹화된 화면과 위치정보가 경찰로 전송되어 경찰이 신속히 위험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있다.
(물론 관광객이 단말기를 반납하면 기록된 정보는 파기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좋은 서비스가 생각보다 홍보가 잘 되지않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이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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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지킴이 단말기 [출처:제주 레저신문]

그래서 나는 이런 서비스가 관광객들에게 더 잘 알려주면 좋을것 같아 안전지킴이를 가지고 짧은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기왕이면 데일리제주와 제주도의 콜라보가 진행되어 제주도의 관광 안전정책을 다른 시선으로 홍보하는 협조관계가 될 수 있고, 제주 관광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담당 부서와 연락을 시도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안전지킴이’ 담당자를 찾지못해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하다 안전지킴이를 총괄하는 제주도청 관광정책과쪽에 연락을 하게 되었다해당 과의안전지킴이를 담당하는 공무원 분께 안전지킴이를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고싶으니 보도자료나 기기제공 등 협조가 가능한지를 여쭤 보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해 보내기도 했지만 담당자는 여러 이유를 들어 콘텐츠 제작에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어필했다.

이거 실화냐...응
이거 실화냐…응 [출처:웃긴대학]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1. 제주 안전여행지킴이 단말기의 생산이 중단되어, 어플등으로 대체 될지도 모른다.
  2. 설사 유지된다 하더라도 아직 연초라서 잘 모르겠다.
  3. 제주 안전여행지킴이가 솔직히 여행자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없는데, 홍보를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4. 연초에 인사이동이 된지 얼마 안되서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지원을 해줘야할지 조금 시간이 필요할것 같다.

하나하나 듣고 있자니그냥 도와주기 싫은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더 얘기를 하는게 시간낭비인것 같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3월 시즌 전에 제작해야 효과가 있다는 생각에, 보도자료로 나갔던 사진이나 영상원본, 이용통계들을 부탁해보았더니, 그런 자료들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제주시청, 서귀포시청쪽으로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시청 상황은 더 가관이었다.

전화를 해안전 지킴이자료를 부탁드리자, 잠시만요라고 하고 수화기 넘어로 여행 안전지킴이가 뭔지 알아? 처음 들어보는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시 관할은 시청이 아니라 도청이라며 도청 관광진흥과 번호를 알려줬다이건 뭐 짜증을 내도 어디다 내야할지 혼란이 오는 상황이었다.

다시 도청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짜증을 내자 담당자는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며 되려 나에게 화를 냈다

내가 이러려고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했나 괴롭고 자괴감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도자료가 제주도청 공보과를 통해 나갔을터이니 자료 확인을 부탁 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몇분 뒤 다시 연락이 왔으나

너무 예전 자료라 찾질 못하고, 아마 없는것 같으니 신문사에 있는 영상이나 사진을 다운받아서 그냥 쓰셔도 무방할 것 같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사기업에서 마음대로 공공재를 콘텐츠화 하는것이 문제가 될수도 있다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제주에 여행오는)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템이 더 많이 이용될수 있도록 관()이 신경쓰지 못한 부분을 민간 부분에서 적절하게 홍보해 줄수있는 부분마저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고 말도 안되는 이유로 흐지부지 시키는 일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도 그리고 나와서도 다시금 느끼게 된 것이지만

우리나라 일부(…) 공무원들의 티키타카 플레이는

이니에스타도 울릴 수준이다.

아날로그 카메라를 쓴다는 것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하던 카메라였다.

벽장 액자에 담겨있는 젊은 시절 어머니의 사진, 그리고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린 시절 나와 함께한 당신의 어깨엔 늘 그 카메라가 걸려있었다.

하지만 작고 간소한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크고 무거운 필름카메라는 추억을 담은 채 창고 신세를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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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잘 찍히지 않는것도 일종의 매력이 아닌가…

군대에서 사진을 찍는 일에 재미가 들려 휴가 때마다 어머니께

전역할 때 즈음 돈을 모아 카메라를 하나 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그러다 문득 기억이 난 듯 어머니는 창고에서

필름 카메라를 다시 꺼내 내게 선물해 주셨다.

사실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다닐 때만 해도

내가 사진에 관심을 둘 것이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기에

기종이나 브랜드는 커녕 사용하는 방법조차 몰랐었다.

창고에서 꺼내온 쇠(?!)로 된 묵직한 카메라 가방엔

퀴퀴한 곰팡내가 나는 가죽 렌즈케이스 3개와, 지금과는 사뭇 다른

캐논 로고가 새겨진 AE-1P라는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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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낯선 인상의 필름카메라

들뜬 마음에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뛰어나갔으나,

자꾸 배터리가 방전되어 셔터가 눌리지 않아 포기하고 돌아왔다.

결국 카메라를 사겠다며 모았던 돈을 깨 수리를 맡기기로 결정하고

렌즈 3개와, 카메라를 들고 남대문을 찾았다.

수리점 주인아저씨가 돋보기 같은 것을 끼고 카메라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고쳐야 할 부분을 얘기해 주셨다.

그리곤 3,4일정도 걸리는 수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나름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의미 있는 물건이니

잘 고쳐주십사 부탁하고 다시 부대로 복귀했다.

수리비보다 동일 기종의 카메라를 사는 게 더 값싼 선택이었지만,

상관없었다.

한달하고도 보름정도를 더 기다려 휴가를나가니

내 책상 위에 기다리던 택배 상자가 올려져 있었다.

셔터 소리도 좋아진 것 같고, 렌즈도 더 선명해진 기분이었다.

필름을 걸고, 파인더로 바라보며 서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어머니와 같은 시선을 느낄 수 있어 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12605515_1291098924249868_3630887032478521318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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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은 기분탓

전역을 한 뒤 반년이 넘게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필름카메라를 쓰고 있다.

매번 필름을 사고 스캔을 맡기러 가는 일이 번거롭지만,

언젠가있을 때 많이 찍어둘걸’ 하는 후회가 들것만같아

아직도 감히 새 카메라를 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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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도 열심히 일해주는 카메라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물 속의 깊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나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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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내코 계곡. 사실 물이 너무 맑아서 열 길 물 속이 다 보이는건 함정 ㅋㅋ

대작을 만들어 보겠다며 촬영인원, 촬영장비를 최대한 때려넣고

편집까지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영상이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경우.

반대로 휴대폰으로 가볍게 촬영해서 업로드한 영상이 폭발적인 호응을 받을 때.

참 사람 속은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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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려오는길에 기장님 안내멘트가 독특하길래 찍어만든 영상이다. 핸드폰으로 찍어 자막만 입혔는데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라 놀랐다.

 

데일리제주 페이지를 관리 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한번은 드론도 날리고 짐벌을 들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빅볼랜드 영상을 만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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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팀원들이 빅볼의 희생양이 되었다.

몇일 뒤 공항 가는 길에 바다가 예뻐 휴대폰으로 찍어서 올린 영상이 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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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정 팀장이 아이폰5S로 찍어온 영상이었다. 편집도 3분만에 끝났다. 억울하다.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써 당연히 영상의 조회 수가 높을수록 기분이 좋은데

열심히 기획하고 촬영한 영상보다, 큰 어려움 없이 찍은 영상이 더 인기가 좋으니

어이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도대체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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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결과에 멘탈이 박살난 본인

페이스북 인사이트 등을 통해 사용자의 반응을 나름 구체적으로 볼 수 있긴 하지만

아직 ‘어떤 사용자’가 ‘왜 그런 반응을 했나?’ 같이 상세한 정보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카일루아에서는 어떻게 하면 ‘데일리 제주’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영상을

그들의 취향에 맞춰 제공해 줄 수 있는지 개발자와 콘텐츠 제작자가

함께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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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인문학이 만난다고? 완전 개념있는 기업 아니냐?!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있지만 언젠가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과 시청자 모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여행같은 삶? 여행하는 삶!

? 너 제주도에서 일한다고?ㅋㅋ 좋겠네 매일매일

그래도 가끔은 서울이 그립고 그래복학도 걱정되고…”

걱정은 무슨제주도 진짜 생각만해도 행복하다짱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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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내려오던 비행기 안에서

군 전역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서울에서 제주도로 내려왔습니다.

간간히 주변 친구들의 안부인사에 제주도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

다들 부럽다는 말을 먼저 꺼내곤 합니다.

햇볕이 쨍쨍 비치는 아름다운 해변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재미난 여행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SNS상에선

제주도는 평범한 일상과는 조금 다른 아늑한 휴식처이자,

도심을 벗어난 피난처 같은 이미지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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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해안. 여행온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남들이 꿈꾸는 여행지에서 살면서 일까지 한다니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부러워 할만 합니다.

사진과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은

그 장소가 서울이든, 계룡이든 어디에서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제주도로 내려온 것은

익숙함에 무뎌지지 않을 수 있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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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김녕해변. 피서를 즐기러 온 가족들이 많았다.

물론 남들이 꿈꾸는 여행지인 제주도지만

시간이지날수록익숙해지고

스스로 제주도를 잘 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제주도에서의 삶이 재미없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 새로운 여행자들이 새로운 여행지를 발견해내고,

색다른 여행방법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익숙해졌다고 하기엔 제주도의 매력은 너무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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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흔한 뒷산 ( feat. 한라산 )

그래서 저는 오늘도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찾기위해

집을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