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라는 환상

노마드는 유목민을 뜻하는 라틴어다. 원래 유목민이란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 목초지를 찾아다니며 이동생활을 하는 민족을 의미했다. 건조한 사막 지역에선 가축에게 먹일 풀이 있는 곳이 드물었고, 사람들이 살기엔 척박한 곳이 많았다. 그들은 사람이 살기 좋은 장소를 찾아 계속해서 이주해야만 했다.

이런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를 현대의 철학적 개념으로 주요하게 인식했던 사람은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다. 들뢰즈는 그의 저서『차이와 반복(Différence et Répétition)』에서 ‘노마디즘(Nomad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노마드라는 용어의 철학적 접근을 가능케 했고, 이 단어에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현재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이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를 처음 언급한 사람은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다. 그는 책『21세기 사전(Dictionnaire du XXIe siècle)』을 통해 “사람들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 하에서 ‘정착’을 거부하고 ‘유목’으로 변모해 가며, 삶의 질을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부유한 계급은 생산적인 곳을 선점하기 위해 유목의 길을 나설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이동해야 하므로 결국은 누구나 유목민이 된다”며 디지털 노마드를 언급했다.

그리고 2017년 현재 디지털 노마드는 발달된 디지털 기기와 통신수단을 바탕으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된 현대인의 특징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어로 자리잡았다. 오늘은 파리의 에펠탑 아래에서, 다음 주엔 피렌체의 카페에서, 다음 달엔 발리의 해변에서 해지는 석양을 보며 노트북 안에 펼쳐진 인터넷 세상에서 일하는 삶. 사람들이 생각하는 머릿속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이런 낭만적인 상상들이 가득 펼쳐져있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노마드’라 칭해지는 사람들의 1%도 채 안 되는 사람들에 해당하리라 생각한다(당장 파리로, 피렌체로, 발리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턱턱 살 수 있을 정도라면 그것 만으로도 이미 상위 1%의 삶일테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여행과 일이 하나되어 살아가는 삶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말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디지털 노마드를 유유자적하며 여행하는 삶으로 보기 보다는, 원격근무의 한 형태로 보는것이 더 올바를 것이며, 자크 아탈리가 말한 현대인의 특징적인 부분에서 접근하는것이 더 바람직한 방향일 테다.

아마 우리가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미 우리가 몽골의 유목민과 같은 삶을 2017년의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우리는 자그마한 방에서 1년 혹은 2년 동안 살다가 보증금과 월세의 인상, 혹은 계약 만료로 인한 재계약의 불발과 같은 이유 등으로 전세와 월세방을 전전하며 주기적으로 주거공간을 옮겨 다니고 이주를 강요당한다. 애초에 집을 가지겠다는 것 자체가 꿈이자 희망, 목표가 되어버린 곳에서 자기만의 집을 갖지 못한 자는 유목민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짐을 싸고 푸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곱씹게 되는 사람들.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 한국 뿐 아니라 지금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유목민의 삶을 살고 있다.

이건 얼핏 보기엔 짧은 여행의 여정을 일상 위에 길게 늘어놓은 것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돌아올 곳 없이 삶의 터전을 통째로 옮겨 다닌다는 점에서, 이는 여행보다는 차라리 유목민의 삶에 가깝다. 이런 유목민적인 삶이 낭만적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왜 젊은이들이 디지털 노마드와 같은 대안적 삶에 끌리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렴풋하게 상상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언론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디지털 노마드 = 여행하는 삶’이라는 상상은 환상에 불과하다. 나는 어떻게 자크 아탈리가 말한 개념이 이런식으로 변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이런 대안적 삶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도 세상엔 존재할 테다. 부정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자크 아탈리가 말한 ‘부유한 계급’의 사람들만이 조금 더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선택할 뿐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 = 여행하는 삶’에 조금 더 가깝다. 대다수 ‘가난한 계급’의 사람들은 월세에 밀리고, 계약에 밀려나 다른 곳으로의 강제 이주를 겪을 뿐이다. 이는 ‘여행하는 삶’보단 차라리 치열한 생존의 영역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디지털이라는 개념에 다시 한번 발목잡힌다. 그들은 인터넷이 원활히 되는 대도시나, 디지털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된 곳에서만 일할 수 있다. 일을 구하는 데에 있어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종의 기술을 갖고 있는, 그 중에서도 더 특출나게 뛰어난 사람들만이 일을 원활히 구할 수 있다. 이는 21세기에 나타난 또 다른 양상의 계급화다.

실제로 나는 얼마전 6월 6일 부터 21일까지 떠나는 여행계획을 두고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원격근무와 인터넷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내가 떠남으로써 생기는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카일루아는 기본적으로 리모트 근무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인터넷이 원활히 보급되지 않은 곳에서의 리모트 근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건 리모트 근무라는 이름으로 가장한 허울 좋은 농땡이에 불과하다. 만약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다음 행선지를 고르는 많은 기준 중에 ‘인터넷 보급률’은 상위 3개 중의 하나에 포함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족쇄로 다가올 수 있다. 노동이 사람을 발목잡는 삶. 어쩐지 익숙한 현상이다. 노동이 사람의 행동 반경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는 야근에 치여 저녁조차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어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삶과도 묘한 기시감을 일으킨다.

게다가 내가 속한 컨텐츠 팀은 그 특성상 직접 경험해보고, 현장에서 컨텐츠를 촬영 및 제작해야 한다는 여건을 갖고 있다. 컨텐츠를 멀리서 제작하겠다는 말은, VR(Virtual Reality)로 여자친구를 사귀겠다는 말 만큼이나 얼토당토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 미리 사전에 촬영 및 취재를 해놓고 제작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겠으나,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것과는 질적인 차이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나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 물론 나는 팀원들의 동의 하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는 곳은 ‘노마드’, ‘유목민’의 나라인 몽골이다. 몽골의 인터넷 사정이 좋았다면 고민의 깊이는 한층 얕았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행은 여행이고, 삶은 삶이다. 돌아오지 않는 여행은 결국 끝없는 방랑일 뿐이다. 여행이 들불처럼 번져나가 유행이 되는 이 시점에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가 뜨거운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디지털 노마드란 엄밀히 말하자면 여행이 아니라 방랑이다.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여행과 노마드적 삶은 결코 같지 않다. 일과 삶을 둘 다 놓치기 싫어서, 혹은 노동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 등을 보며 택하기엔 디지털 노마드란 결코 녹록치 않은 삶일 것이다. 노동으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로움은 브루스 웨인 정도의 부자는 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소설가 김훈이 말했듯, 밥벌이는 지겨운 일이자 진저리나는 삶의 영역이다. 모든 것에 ‘밥벌이’라는 생존의 영역이 들러붙는 순간, 그것은 쉽사리 자신을 낭만의 영역에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다.

디지털 노마드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다시 한번 진지하게 본인이 무한한 방랑의 길 위를 걸을 용기와 자신, 결단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장소는 제한되었으나 사유는 무한히 뻗어 나가는 사람과, 전 세계를 매일 같이 이동하면서도 사유가 갇혀 있는 사람 중 누가 더 자유로운 사람이며 현대적 개념에서의 진정한 노마드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우리는 이미 모두 그리 좋지 못한 방향에서의 노마드적 삶을 살고 있으며, 나는 우리 사회가 차라리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질 들뢰즈 (2004). 차이와 반복 (김상환 옮김). 서울: 민음사

자크 아탈리(1999). 21세기 사전 – 자크 아탈리의 미래 읽기(편혜원 옮김). 서울: 중앙M&B

서동욱, 노마드-철학에서의 유목민적 사유, 네이버 캐스트, 2010.10.24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회의를 망치는 사람

이번에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자, 회의를 망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즉 회의를 망치는 사람이 나라는 소리다.

지난 팀원들과의 회의 말미쯤, 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회의에서 나는 팀원들의 의견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계속되는 회의에서의 내 필요성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좋지 않은데, 심지어 나는 저 생각을 말로 내뱉었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그날 내가 왜 그랬던 걸까?

그날 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의 내용은 주로 컨텐츠의 방향에 대한 것들이었다.

주제자체가 내가 개입할 여지가 적은 분야이기도 했지만,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르는 부분이 계속 나올 것이 분명했는데, 난 그날 회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을 뿐.

회의 :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것.

회의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여럿이 모여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회의다. 즉 어떤 주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구하고, 각기 뻗어나간 여러 의견을 하나로 취합해 가는 과정이 회의다. 급진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단순히 듣기만 하는 사람은 회의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다.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회의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 사람이 필요할까? 게다가 그 사람이 동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듣고만 있다면, 그런 사람은 더더욱 필요 없을 것이다. 그건  말을 듣고 동문서답하는 시리보다도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왜 그날 회의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다른 팀원이 말하는 것을 그냥 듣고 있었다. 듣고, 생각해보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냥 듣기만 했다. 회의는 의견의 교환이지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동료들도 내 의견을 듣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날 내 의견을 말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회의 때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만들었다.

또한, 난 그 날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다른 팀원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부분에 관해서 물어봤을 때 직접 대답을 해주거나 아니면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다르게 설명해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질문을 하면 회의의 흐름을 끊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하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전형적인 질문 안 하는 한국인처럼 행동했다.

앞서 서술한 두 행동을 지금 와서 다시 생각을 해보니, 나는 그날 회의 시간에 주로 나오던 이야기와 좀 다른 방향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왠지 쓸데없이 회의가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꺼내면 내가 귀찮아질 거 같으니까 스스로 내 의견을 억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러면 안 됐다.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지 않나 싶다.

이쯤 되니 이러려고 회의에 참여했나 괴롭고 자괴감이 든다.

다만 반성문을 쓰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윗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내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냄으로써 일종의 논쟁(?)을 시작할 수 있고, 오가는 논쟁과 합의 과정에서 좀 더 견고한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긴 회의는 서로간의 의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또한 의견을 내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내 분야에서도 내가 업무를 이끄는 것이 아닌 업무가 나를 끌고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회의 때 동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업무의 진행 방향을 정한다. 하지만 회의 때 나온 모든 의견에 아무 이견 없이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이고, 업무 진행 방향에도 다른 의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뭔가 아니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 회의에서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다가 즉 어정쩡하지만 동의를 표했다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쉬울까? 아마 대다수는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냥 업무를 진행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즉 업무가 나를 끌고 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서로가 함께 말을 하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의도가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더 적극적으로 회의 때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것은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제주 가서 살고 싶어! 근데 제주 가서 ‘뭐’해야 해?

감귤과 관광, 그리고 부동산

28년 전쯤 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
28년 전쯤 부모님과 함께 한 제주

80년대 제주로 신혼여행을 오셨던 부모님의 빛바랜 사진 속 제주의 모습은 푸르렀습니다. 사진속엔 형광색의 감귤과 구멍난 검은 화산암이 대비를 이뤘으며,  말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였죠.

그리고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제주는,
지난 5년새 통계치로도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국내/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국내 관광의 메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붐비게된 제주에는 수없이 많은 숙박업소와 요식업소가 들어섰고, 이는 중국자본의 유입을 야기하며 부동산 / 건축 경기 호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제주를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 중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하고, 변한 삶과 업에 대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저 방문에만 머물지 않고 제주에서의 삶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만 월 약1600명이 제주로 이주를 했습니다. 변화된 삶과 업에 대한 생각’이란 도시의 틀에 박힌, 차갑고, 빠른 템포에서 벗어난 나만의, 따뜻하고, 느린 템포에의 고민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주 일부 토지는 평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제주는 이제 감귤보다는 부동산이 핫한 섬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이제 제주보다는 남해”혹은 “강릉”‘과 같은 기사가 다뤄졌고, 중국의 한한령이 시작된 요즘, 따스해진 날씨와 함께 북새통을 이뤄야 하는 ‘중문색달 해변’의 노점상 분들은 “관광객이 요즘 줄어도 너무 줄어서, 그냥 까먹으라고 내놓은 감귤박스를 1/10만 둬도 될 정도가 됬다”며, “요즘은 2개 노점마다 격주로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감귤 농사는 자식 농사’라는 이야기가 흔했던 이 곳 제주의 모습은 이미 많이 달라진 것이지요.

시름시름 앓는 제주

‘감귤왕국’에서 시작된 영광이 ‘국내 관광의 메카’라는 호칭으로 이어지며 얼마전까지 ‘부동산 금맥’으로 추앙받았지만,  지금 제주는 아픕니다.

쓰레기 지천인 주상절리
쓰레기 지천인 주상절리

하와이 뺨치는 자본과 인구의 역습으로 제주시는 66만명 전체 제주 인구의 약 73%인 48만명이 모여사는 시멘트 내음새 가득한 중형도시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안에만 35만대의 차량이 운행되며 이로 인한 교통체증이 생겨나고, 1인당 하루 배출하는 생활쓰레기가 전국에서 가장 높아지며 오폐수 처리시설의 용량이 초과되어 바다로 배출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게다가, 육지에서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임금으로 임금격차까지 발생하는 곳. 어쩌면 서울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벌어지는 곳이 이 곳 제주입니다. (자료 : 연합뉴스)

어쩌면 제주는 더이상 매력적인 섬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직 영글지 않은 제주의 다른 ‘키워드’

지금까지 제주를 관통했던 주된 키워드는 감귤, 관광, 부동산. 이 3가지 였습니다. 이들은 제주에서 존재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물건’ 혹은 ‘물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제주의 사람과 제주의 문화보다는 특산물, 멋진 풍광, 그리고 이를 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한마디로 인적 자원 보다는 물적 자원이 주를 이루는 섬이었죠. 자연스레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을 비롯한 육지와의 교류와 이를 통한 업무를 하기보단 제주에 중심을 둔 일거리에 몰두하게 됐습니다.

이와같이 기존에 주로 행해지던 제주에서의 일과 업무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제주는 그야말로 누군가에겐 관광지 혹은 별장 수준의 섬에 불과할겁니다. ‘어깨를 맞대’고 일하는 기존의 업무 방식으로는 다른 종류의 일을 하기엔 다소 어려운 점들이 많은 곳이 제주입니다.

[리모트 업무 #2] “왜 리모트 업무?” 라는 질문에 대하여

분명 제주의 삶은 도시의 그 것보다 느립니다. 또한 육지와의 거리적인 제약 역시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도시의 시간보다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을 스스로와 가족을 위해 할애할 수 있고, 하루도 도시의 문명을 이용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저가항공의 발달로 상대적으로 과거에 비해 저렴해진 비행기표는 원하는 때에 서울로 이동하여 도시문명을 즐길 수 있게 해줬습니다. 결국 제주도에서의 삶은 어떤 삶을 살겠느냐에 대한 본인의 뜻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 이처럼, 제주의 삶에 대한 환경은 다양한 개인을 매료시켜 제주로 이주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IT를 비롯한 디자인, 예술 분야의 다양한 개인/기업들이 제주로 터전을 옮겼습니다.

카페에서 업무하는 모습
카페에서 업무하는 모습

여기 제주에, 삶과 업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몸소 거치며 제주를 다채롭게 하고자 하는 개인/그룹들이 있습니다. 무작정 제주에 내려와 제주에서의 일을 찾는다거나, 자신의 전문영역을 ‘리모트’라는 업무형태로 진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해서는 ‘리모트 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고’, ‘스스로를 PR해야하며’, ‘제주의 삶과 창업을 병행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아래는 이런 방법을 터득하기 위한 좋은 팁이자 첫 단추들입니다.

제주 IT 프리랜서 커뮤니티

제주에서 개발자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REMOTE’ + ‘프리랜서’ 일이 필요하다는 것과, 개발자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개발자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첫번째로, ‘제주 IT 프리랜서 커뮤니티’가 있으면 어떨까? 제주에 내려온 프리랜서는 기질상 외톨이가 많을 것 같지만 그래도 느슨한 정보 공유 커뮤니티가 있으면 서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by 김종욱님의 글을 보고 시작된 그룹입니다.

2015년부터 가족과 함께 제주에 정착한 E-Book 작가 박산솔님이 한국 첫 탑텔(toptal)러 김종욱님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만든 ‘제주 IT 프리랜서 커뮤니티‘는 가장 캐주얼하면서도 제주 프리랜서들과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제주 이주를 고민하는 개발자, 디자이너라면 이 커뮤니티에서 그간 나눠진 대화와 자료만 보아도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들과 어려움/해결책에 대해 감을 잡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 IT 프리랜서 모임 현장 (photo from '제주 IT 프리랜서 커뮤니티, by Nasol Kim‎, July 28, 2016)
제주 IT 프리랜서 모임 현장 (photo from ‘제주 IT 프리랜서 커뮤니티, by Nasol Kim‎, July 28, 2016)

더불어 직접 제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제주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인 질문을 통해 여러 방면으로 제주의 삶을 문의할 수있음은 물론이고, 이 과정에서 콜라보/직접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제주 IT 프리랜서 커뮤니티는 제주시에 집중된 일자리, 창업, 만남의 기회를 서귀포 지역까지 넓혀 더 많은 제주의 숨은 능력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제주 창조경제 혁신센터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다른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는 조금 다르게 제주 IT 역사의 레전드 였던,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이어진 ‘카카오’와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정부기관’ 입니다. 센터가 가진 방향성 또한 관(官)이 모든 것을 관리 감독하는 형태가 아닌, 관의 주도로 할 수 있는 부분은 관이 담당하고 개인과 기업이 자연스례 형성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주 창조경제 혁신센터의 협업공간인 J-Space의 경우는 ‘제주크레비티’, ‘런치합시다’ ‘사업 피칭 데이’와 함께 ‘제주 한달 체류 지원’ 등 제주에 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제주로의 정착을 생각하는 여러 지역의 다양한 재주꾼들이 모이는 장이기도하며 코워킹(Co-Working)공간 또한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협업하는 모습
2015년 10월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해커톤에 참여하다

카일루아의 프로그래머 김동하님과도 2015년 10월에 있었던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주최의 해커톤을 통해서 한팀으로 처음 만나게 되어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센터의 위치가 제주 시내에 있는 관계로 제주의 풍광과는 조금 거리가 있으며, 창업과 관련한 내용이 주로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오픈 컬리지 ‘제주’ 

다음으로 지난해 제주 서귀포 중문에 2번째로 문을 연 ‘오픈 컬리지’가 있습니다. 오픈 컬리지 ‘서울’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있는 능력자들이 서로의 이야기, 재능을 공유하는 곳으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소위 ‘힙’한 곳이었습니다. 왜 오픈 컬리지가 제주에 그것도 서귀포 중문에 2번째로 문을 열게된 경위(?)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오픈 컬리지 제주를 통해 제주의 숨은 고수들이 속속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제주에서의 삶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천에 널린 바다가 그들의 서핑 스팟이기도 하고, TV 대신 가족과 함께 올레길을 걷고 바다를 보고 오름에 오를 수 있기도 하고, 콘크리트 숲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화려한 불빛 속 외식/회식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는 곳이 제주입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느린 나만의 시간
제주의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느린 나만의 시간

하지만 이런 삶에 대한 로망만 가득한 채 업에 대한 고민과 대책 없이 내려온다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다시 한번 느끼며 쓸쓸하게 제주를 떠나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아마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1-2달 체류하고 정착 하기도 하지만, 막상 그 기간이 장시간 지속되지는 못하는 이유일겁니다.

제주가 나아가야할 방향

농업 위주의 제주 인력 구조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후에 일어난 관광 산업의 붐에 급하게 맞춰가느라 ‘제주를 온전히 지켜가는’ 방향으로 그 이전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제주의 농업도, 관광도 시들해져가는 이 시점에 부동산 호황마져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지금이 제주의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제주가 제주다울 수 있으면서도 그 스스로가 다음세대를 위해 준비할 기회. 감귤, 한라산 소주, 천해의 환경을 이야기 하며 구태연한 제주만을 헐떡거리면서 채워가는 것이아니라, 제주의 모습을 밖으로 공유하고 밖의 것을 안으로 끌어들이며 농업, 관광업에서 더 나아가 삶과 을 고민하고 개선해 나갈 사람들을 받아들일 준비 말입니다.

크리에이티브 컨텐츠랩 ‘카일루아’

카일루아‘는 단순한 제주 여행 컨텐츠의 제공을 넘어서 제주라는 곳의 정체성을 찾아 컨텐츠로 개발하고 그 컨텐츠가 제주를 원하는 다양한 사용자층의 입맛에 맞춰 제공될 수 있는 기술적, 심미적 요소를 담은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트래픽 시장에 얽매인 컨텐츠 시장에서 벗어나 사용자에게 개별화된 컨텐츠를 제공하고 여기에서 나온 인사이트가 다시금 컨텐츠에 재활용 될 수 있는 과정은 딥러닝과 AI로 이야기되는 IT 분야와 시각적인 영상/컨텐츠 분야 뿐만아니라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삶과 업에 대한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에 대한 우리들의 미래의 이야기
제주에 대한 우리들의 미래의 이야기

그래서 ‘카일루아’는 IT, 디자이너, 예술가들이 서로 협업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사람을 중시하고’, ‘빠른 발전보다는 담론을 나누기도 하며’, ‘그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삶과 업’의 과도기 이후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봄날이 옵니다

따스한 봄내음이 제주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카일루아 뿐만 아니라 제주의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진짜 봄날을 위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봄날이 다만 제주를 위한 것에서 넘어서 우리들의 미래를 위한, 봄날을 위한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놀러오세요. 이야기하러 오세요. 그러다 함께해요.
제주에서, 카일루아와 함께.

너와 나에게 도움되는 콜라보 하고 싶은 사람!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형태로 타인이 생산해낸 결과물을 사용하는 형태 혹은,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해결 책을 찾아가는 ‘협업’을 하며 살아간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머 혼자 모든 일, 혹은 문제를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협업을 한다.

그리고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의견을 듣게된다.

이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조금은 거친 언쟁도 날 수 있지만, 이 대화와 공유의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합의안을 만들고 일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이 새로운 개념을 서로가 학습하고 이해한다는 관점에서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정말 의견충돌이 심할때는 종종 지루하고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 합의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다.

시간 측면에서 보면 합의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당장 내 일 하기도 바쁜데, 회의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낭비라 생각될 수 있다. 그리고 회의시간에 자꾸 내 의견에 테클을 거는 저 사람이 정말 싫을 수도 있으며, 모두가 동의 하는 의견에 반대 의견을 제시해 회의 시간을 질질 끌어 최악의 순간을 만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수의 반대 의견이 싫다고 깔아 뭉개면 구성원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기 꺼려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조직내의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다.

조직 전체가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혹은 아무도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때 지적을 할 수 있을까? 재밌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다양성이 부족한 조직은 변화에 대응하기도 힘들고 쉽게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협업을 하는 사람이지, 소수 의견을 깔아 뭉개는 사람이 아니다. 가끔은 협업시스템 내에서 하나의 의견을 가지고 키보드 배틀을 하더라도 다른 의견을 듣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격 근무가 갖는 강점은 위에 나열한 토론을 빙자한 키보드 배틀이 솔루션을 활용함으로 인해, 모두 기록에 남는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댓글들...
어마어마하게 많은 댓글들… 풍선을 열어보면 더 많다…

누가 토론과 논의라는 전장에 참전했나 감시하기 좋다는게 아닌, 이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들을 다른 사람들(키보드 배틀에 참전하지 않은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데에 그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합의과정에 이르는데 까지의 생각의 흐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이서 싸우고 나서 갑자기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담배를 피러가서 화해하고 합의하고 나오는 것과 같은 ‘막후’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프로그래머다.

하지만 단순히 기능 구현만 하는 프로그래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전장(?)에 참전하여 합의점을 잘 이끌어 내는것도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설계하고 실체화 시키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니까.

전장에서 합의된 내용을 실체화 시켜야 하는데, 합의가 잘 안되어 오락가락 한다면 내가 만드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것이다.

어떤 게임(이미 알고있으리라고 생각한다)에서 팀원간 합의가 안되어 캐릭터 선택도 제멋대로, 거점을 점령 또는 방어하는데 전선 유지도 안되고 제멋대로 싸우다가 죽어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답은 빠른 선택 탈주다
그렇다면 답은 빠른 선택 탈주다

프로젝트에서도 게임과 마찬가지로 합의가 안되면 제대로 된 일을 해내기가 힘들다.

요구사항이 바뀌어 급하게 추가되는 기능, 만들다가 버려지는 것들,  검증시간의 부족, 그리고 늘어가는 한숨.

그에따라 나오는 결과물은 그 상태도 영 좋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내일도 또 다른 전장에 참전해 또 다른 합의점을 이끌어내려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아… 그 전장이 66번 국도라던가, 왕의 길이라던가 그런 전장은 아니다…

출근하지 않는 삶

전역하고 석 달 만에 첫 출근을 했다. 홍대 언저리에 있는 자그마한 디자인 펌이었다. 그 회사에서 나는 3개월 동안 인턴 디자이너로 근무할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하루 만에 그만두었다. 그러니까 내가 ‘출근하는 삶’에 관해 말하는 것은 오직 그날 하루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본 것이다.

얼마 전 브로콜리너마저가 발표한 싱글 「단호한 출근」의 발매 인터뷰 영상에서 기타리스트 잔디는 말한다. 출근이란 (임금노동을 조건으로) 특정 시간대에 자기 신체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일이라고.과연 그러하다. 나는 매일 아침 9시에 이불 속에서 뭉그적거릴 자유가 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날 것을 걱정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들 권리가 있다.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 임금노동자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사실 우리가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잠자는 시간이나 일어나는 시간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표준 근로’ 내용에 속하지 않는 항목이니까. 그러나 어째서 우리는 근로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시간까지도 저당 잡힌 채 사는 것일까? 나는 이 모든 게 출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카일루아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단 하루도 출근하지 않았다. 단 하루도 아침 9시에 깨어있지 않았으며 새벽 4시 이전에 잠들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견고하게 다져왔던 내 생활 패턴에 카일루아에서의 업무가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근무환경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생활 패턴이 달라지지 않으므로 나는 내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업무의 시간 대비 효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더러 생기기는 한다. 지금도 이런저런 툴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리모트 업무를 위한 솔루션이 아무리 잘 나와 있다고 한들 직접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지난 일여 년 동안 카일루아는 팀 내외부적으로 리모트 업무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해왔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리모트 초심자(?)에게도 안정적인 업무 궤도 진입을 유도할 정도의 노하우가 쌓였다.

누군가는 출근하지 않는 삶을 부러워하거나 이를 지나쳐 의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구든 첫 출근의 기억을 안고 있는 이라면 한번 출근하지 않고 일하는 첫날을 경험해볼 것을 권한다. 첫 출근길에서 느꼈던 두렵고 설레지만 한편으론 피곤했던 마음 딱 그만큼 즐겁고 설레면서 아무렇지 않은 근무 1일째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리모트 업무 #7] 리모트 협업 내 리더의 역할

지난 글에서는 ‘협업의 문제와 의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모트 협업에서 나타나는 장단점은 ‘툴’로 장점이 극대화될 수도 있고 그 단점을 줄여갈 수도 있겠지만, 당연하게도 협업과 ‘툴’을 사용하는 ‘사람’의 역할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솔루션의 선택과 소통의 방식 등 리모트의 환경 구축은 업무 사이클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임에 분명하지만 업무의 전반적인 모양새를 다듬고 팀원들과 함께 목표로 나아가는 리더의 역할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솔루션도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리모트 협업 내에서 팀을 빛나게 하는 리더의 역할과 고려사항에 어떤 부분들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팀원들 간의 소통법 이해하기

아사나(ASANA), 슬랙(SLACK), 행아웃(HANGOUT) 등 다양한 리모트 업무를 도와주는 솔루션들이 존재합니다. 이들 솔루션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해 팀에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을 구성하고 있는 팀원들의 성향, 즉 그동안 팀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해왔고 새로 적용될 솔루션에서 각 팀원들이 부딪히게 될 어려움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가령 그동안 면대면의 업무에 익숙해 있고, 카카오톡과 같은 일시적 지시에 적응해 있는 팀원들에게 업무를 본인에 맞게 나누고 일정을 짜고 팀원들과 원활히 공유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활용하는 법을 설명하고 개인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해결책과 적응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리모트 업무 #5] 협업의 핵심, 그리고 솔루션의 선택

프로젝트 트레킹 및 큰그림 그리기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상황과 흐름을 파악하는데에는 위와 같은 솔루션적인 방식과 함께 인간적인 소통 방식이 필요합니다. 팀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너무 집중 한 나머지 다른 팀원 간의 1:1 혹은 1:다의 ‘크로스’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리더의 집요한 팔로잉보다는 팀원들이 하나의 문제에도 여러가지의 관점과 해결의 실마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서로 중복된 업무,  의도치 않은 업무를 하지 않도록, 한 발자국 뒤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진행될 준비 중인 프로젝트들을 연결시키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분야 크로스
분야를 넘어서 서로 이야기 나눌 주제를 공유하는 역할

때로는 팀원들이 리더가 초기에 그린 방향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팀원들은 정해진 방향 속에서 해결책을 구현해 내는 톱니바퀴가 아닙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었을 때 그 결과는 ‘우리’가 만들어 간 것이 아닐 것입니다. 리더는 큰 틀에서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리더 또한 하나의 팀원으로 협력해 가며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만의 방식을 동의 없이 강요하는 ‘리더’라면 팀원들의 업무에 대한 회의와 함께 각 팀원들은 스스로의 분야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마져 생기게 될 것입니다.

어떤 분은 “리더가 목표를 정하면 그 것을 팀원들은 그것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리더란 “팀의 가치관을 그리고 이 큰 그림이 팀원들과 공유되어 최상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공유 마일스톤
비전을 함께 공유 방법 중 하나인 마일스톤

그렇다면 카일루아 팀의 가치관이란 무엇일까요? 저의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 결과에 입각 한 업무
–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쪼개기
– 생각 공유하기
– 일만 생각하지 않기

정리하고 분류하기

프로젝트 간의 혹은 팀원 간의 교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프로젝트를 정리하여 한눈에 볼 수있어야 하며, 이들 간의 관계를 찾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때 ASANA와 같은 솔루션의 프로젝트와 서브 테스크 간의 관계를 나타내 주는 태그, 필드 등 분류 기능을 유용하게 활용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통해 리더 본인이 업무를 정리하고 분류하기 쉬워지기도 하지만,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팀원들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아사나 필드 사용
필드 사용(우측 편의 여러 색 아이콘)으로 프로젝트 중요 사항이 눈에 띄도록 하는 방법

리더는 PM의 역할을 자처해야 합니다. 각 팀원들의 입장에서 중재를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업무의 진행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빠진 부분 찾기

리더가 세부사항에 집중한 나머지 프로젝트 말미에 허겁지겁 빠진 부분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리더가 ASANA와 같은 솔루션을 활용하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팀원들과 업무를 조율 하는 과정에서 빠졌거나 보강되어야 하는 부분을 찾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반적 흐름 뿐만 아니라 세부적 흐름의 추적에 있어서 솔루션은 팀의 업무 진행을 원활히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아사나 캘린더 기능 활용
캘리더에 종합된 업무 과정을 보며 추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미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프로젝트 전반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캘린더 기능과 데시보드 기능을 활용하여 전체에서 빠진 부분과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감지할 수 있습니다.

리더의 공부

각 프로젝트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팀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가령 디자이너가 진행하고 있는 분야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줄 아며, 개발자가 현재 작업 중인 기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팀원들의 진행 업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이어주는 ‘링커’의 역할로 발현될 수 있으며, 각 팀원이 본연의 업무에 신경쓰느라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까지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리더 개인적으로 팀원의 개별 업무 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Udemy, Coursera와 같은 MOOC 플랫폼이 대표적이며, 각 강의는 짧은 강의들로 세분화되어 이동 중에도 편리하게 강의를 수강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Udemy에서 인기 강의 중 하나인 PM의 역할에 대한 강의
Udemy에서 인기 강의 중 하나인 PM의 역할에 대한 강의

모든 사람은 감정을 가졌다.

사람은 일 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항상 같은 퍼포먼스를 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이 사실이 기계와 다른 인간다움을 통해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장점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특히,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과 일의 경계선이 모호해 지고 회사 만들 생각하는 팀원이 있기도 하며, 리더가 팀원들의 삶보다는 일만을 강요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경우, 팀원 개인의 삶과 일에 대한 생각이 직접 회사의 운영 방식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함께 생각을 고민할 수 있는 분위기 뿐만아니라, 리더가 팀원들의 이러한 고민의 온도를 체감할 수 있는 준비도 필요합니다.

이런 준비과정에는 위에서 언급한 리더의 가치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 외에도, 반기에 한번씩 팀원들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업무와 관련이 있지 않더라도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Gathering’ 행사를 진행 할수 있으며, 팀원들이 업무와 관련된 혹은 사적인 이유로 인한 어려움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사적인 이유를 리더와 공유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사내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강 상담사’를 모셔올 수도 있겠지요. 사람은 본디 항상 같은 감정상태를 가질 수 없음을 서로 이해하고 그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는 과정을 가져보자는 의도입니다. 이런 부분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어 민감하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대안도 언급합니다.)

카일루아 알로하 게더링 파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카일루아 게더링 파티는 팀원들 뿐만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이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함께합니다.

최근에는 개인 심리상담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할 수 있는 ‘트로스트‘라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상담 서비스를 팀원 개인적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회사가 비용을 지원하고 일체의 결과 보고 등 없이, ‘고민을 누군가와 나누는 과정’ 그 하나에 집중해  팀원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심리 상담의 경우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되고는 합니다만 서구권에서는 기업 내에서 ‘상담’이 갖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담당 상담사가 상주하거나 지정 상담사가 있는 경우도 적지않습니다.

상담이 갖는 의미를 풀어보면, 작게는 삶의 행복, 회사에서의 업무 만족과 결과물부터 나아가, 가족과의 관계, 사회에 대한 관심 등에 대한 부분까지 팀원으로서 뿐만아니라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사람 답게 살 수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팀원들의 현 상태, 러닝 커브, 오버 로드 고민하기

위에서는 팀원들의 고민과 감정에 대한 리더의 대처였다면, 다른 면으로는 팀원들에 대한 업무와 관련된 ‘미래’, ‘관심사’, ‘비전’에 대한 부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의 분야에서 직능만을 수행하다보면 지루함에 빠질 수 있음과 동시에 팀원 스스로 ‘이 일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성장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과정입니다.

이런 상황을 모르쇄로 일관하다보면 결국 팀과 팀원은 서로에 대해 함께 할 이유가 없게됩니다. 팀원의 의문에 비전을 제시하고 팀원의 관심사에 대한 리더의 고민과 대처가 필요한 것이 이 때문입니다.

위에 언급한 MOOC 플랫폼 중 하나인 Udemy의 경우 다양한 전문 분야에 대한 강의가 존재하며, 이런 강의들을 기업차원에서 팀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Udemy for business‘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Udemy for Business
Udemy에서 제공하는 사내 학습 플랫폼. 회사에서 결제해 주면 팀원은 그냥 사용하면 끝.

팀원 스스로 원해 본인의 분야에 대해 학습할 수도 있고, 업무와 관련 없는 분야에 대한 학습을 통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의 범주를 더욱 넓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서로의 미래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의 업무에 대한 적응도, 오버 로드를 파악할 수 있으며, 팀원 개인의 성장과 관련된 러닝 커브에 대해서도 서로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팀원이 생각하는 팀의 방향에 대해서도 서로 일치 시켜가는 과정이 되기도 합니다.


정리해 보자면,
리더는 프로젝트를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업무적 시선 뿐만아니라, 팀원 각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대변인의 역할까지도 마다하는 ‘전방위’적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결론일 수도 있으나, ‘인간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그 완벽하지 않음을 팀원과 리더 모두가 알고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서로 간의 관심을 통해 함께 더 나은 모습의 개인과 회사로 발전시켜 보자’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리더만 열정적이여도 어렵고, 팀원만 열정적이여도 어려운 함께 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3달여 간 7회에 걸쳐서 카일루아 라는 회사가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는 리모트 업무와 관련된 문화와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저희 또한 처음 리모트를 도입하면서 뿐만아니라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사용하기도 하며, 팀원들과의 교감을 위해 다양한 소통 방식과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 실패,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은 ‘우리들의 삶의 건강’을 위한 것임을 알기에 앞으로도 이런 시행착오를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함께해 주세요!

다음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ASANA, SLACK을 활용하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 다뤄볼까 합니다. 카일루아가 활용 중인 솔루션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시다면 댓글에 남겨주시면 블로그 작성시에 관련하여 이야기를 풀어가 보겠습니다.


리모트 업무 관련 연제 글

[리모트 업무 #1] 어떤 리모트 솔루션을 활용하시나요?

[리모트 업무 #2] “왜 리모트 업무?” 라는 질문에 대하여

[리모트 업무 #3] JejuITLook. 리모트를 위한 문화

[리모트 업무 #4] ‘독야청청’ 리모트 회사 ‘카일루아’ 입니다.

[리모트 업무 #5] 협업의 핵심, 그리고 솔루션의 선택

[리모트 업무 #6] 협업의 문제점과 진짜 의미

 

세번째 – 섬남 개발자의 일상

섬남 : 섬에사는 남자

본인은 섬에사는 개발자다.

카일루아 라는 아주 좋은 회사는 일하는 장소와 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 원격 근무를 시행중이며, 본인은 보통 집에서 일을 많이 한다.

평균 기상시간 09:47
평균적인 내 기상시간.

다른 직장인들이 출근해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업무를 시작하고 1시간이 지날 무렵, 침대에서 눈을 뜬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러시아워에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사람에 치여가면서 이동을 하거나, 차량이동이라면 극심한 정체로 인해 고통을 받겠지만, 난 그럴 일이 없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제주시 어느 동네
이런날엔 그냥 집에서 따뜻한 커피나 한 잔 마시며 일하는게 최고다.

내가 있는 곳이 곧 사무실이고 작업공간이기 때문이다.

내 직함에 걸맞게 일어나자 마자 하는것 샤워도 아니오, 밥먹는 것도 아닌 커피를 내린다.

커피를 마신 후 밥을 먹으며 아사나에서 내가 해야할 일을 한번 쭉 훑어본다.

그리고 오늘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주 작업 공간은 내 방이다.

흔한_개발자의_책상
흔한_개발자의_책상.jpg

작업시간의 70%는 내 방에서 보낸다.

나머지는 카일루아 본사, 카페, 비행기 안, 해변, 태양광 패널 아래, 여행지의 호텔 등이 있다.

가끔 기분 전환을 하고싶다면, 카페로 가서 커피와 함께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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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피를 마시면 좀더 코딩이 잘 되는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오늘 해야할 작업이 끝났다면, 내 일정, 그리고 작업에 대한 의견, 다른 팀원의 작업에 대한 의견 등을 정리한다.

전체적인 일정은 팀내 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되고, 필요한 기능들을 결정해서 프로젝트 내 메인 태스크로 넣어둔다.

메인 테스크(각 기능 개발) 내에서 또 세부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을 결정해 서브 태스크로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 서브 태스크의 소요 기간을 예상해 마감기한을 지정해두고, 메인 태스크의 마감기한을 지정해둔다.

사용하는 협업툴인 Asana에 정리된 태스크의 모습
사용하는 협업툴인 Asana에 정리된 태스크의 모습

따라서 근무 시간은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뀐다.

따라서 개인적인 이유로 시간이 필요할 때는 내 책임 하에 정말 내 향후 작업을 미리 하던가 아니면 일정 내 조정 등을 통해 시간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도 가능하다.

즉 자동차를 수리하러 가야되는데, 또는 병원에 가야되는데, 또는 친구가 결혼해서 축하해 주러 가야되는데, 연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오늘 해야할 일을 끝냈으면 이젠 내 시간이다.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내 시간을 즐긴다(아마 내일 일어나면 생각날거다)

이쯤되면 원격 근무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한량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리모트 업무 #5] 협업의 핵심, 그리고 솔루션의 선택

이런 형태의 업무형태의 맹점은 오히려 자의에 의해 Work-life balance를 해치기 쉽다.

만일 내가 저기서 그대로 다시 업무로 복귀하면 그만큼 내 여유 시간을 버리는 셈이 되는 것이고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

정말 일정이 촉박하고 해야할 작업이 많으면 다른 사람들이 야근하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하게 될 때도 있다.

단지 일하는 장소와 시간이 다를 뿐, 나 또한 사무실에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과 다를 점이 없다.

원격근무라는 것이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에게는 다소 답답해 보일 수도 있다.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수도 있고, 외로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혼자 밥먹을 때도 있는거지 뭐...
혼자 밥먹을 때도 있는거지 뭐…

또한 자신의 모든 일정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전통적인 근무 방식에서 발생하는 자원 소비, 즉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오는 불필요한 자원 소비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원격 근무에서는 회의 후 결정된 사항들을 태스크로 만들어 두고 기록을 한다.

따라서 저절로 회의 내용에 대한 문서화가 이루어지며, 그에 따라 새로운 팀원이 합류해도 이전 기록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며 어떤 식으로 업무가 이루어지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쉽기도 하다.

또한 어떤 기운이 와서 업무에 완전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어깨를 툭툭 치더니 담배를 피러 가자거나, 커피를 마시러 가자거나 하는 등의 행동으로 내 집중력을 깨버릴 일도 없다.

구성원간 얼굴을 맞대며 친목을 다지거나, 다른 구성원과 얼굴을 맞대면서 대화할 필요가 있을때는 어떻게하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회의 아닐까?
그냥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회의 아닐까?

그냥 만나면 된다. 특정 장소를 빌려서 구성원들이 모여서 같이 일하고 놀던, 본사에 모여서 같이 뒹굴던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했다. 구성원간의 긴밀한 신뢰가 없으면 이 모든 것이 허사다.

구성원간 신뢰가 없으면 내가 일정을 세워도 다른 팀원들이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팀원들은 내가 한가하게 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신뢰가 없다면 팀 내에 불화가 싹틀 것이고, 그것이 팀 내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리모트 업무 #6] 협업의 문제점과 진짜 의미

다만 세상에는 원격근무를 돕기위해 태어난 많은 솔루션들과 원격근무를 시도하면서 겪었던 많은 시행착오가 있다.

따라서 지금 원격근무를 시험해볼 수 있는 상황에 있고, 일상에서 오는 피로에 지쳐있다면, 원격근무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남3. 기술과 문화의 만남. 한국의 그것이 궁금했다.

융복합이 너무나 지속적으로 핫합니다. 

CONSILIENCE‘가 2005년 ‘통섭’이란 이름으로 최재천 교수의 글로 번역되어 ‘국내 학문의 한계’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과 방향성이 제시된 지 한참이 지났고, 미국의 SIGGRAPH(Special Interest Group on Computer GRAPHics and Interactive Techniques)가 1974년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에 의해 그 첫 포문을 열고 2000년대를 거치며 컴퓨터의 예술과의 결합은 엔지니어들과 예술가들에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왜냐구요? ‘Wall-E’, ‘쿵푸판다’ 같은 유수와 같은 에니메이션들이 유려한 화질을 자랑하며 컴퓨터에 의해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교류를 통해 탄생하고 있었고,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들이 엔지니어들과 아티스트들의 조합으로 새롭게 관찰되어지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재정립이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SIGGRAPH 2008 연사
키노트 연사 소개에서도 보여지듯 2008년 당시에도 창의적 사고, 로봇,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화두였나봅니다. (출처 :  http://www.siggraph.org/s2008/AdvanceProgram.pdf)

2008년에 참석했던 SIGGRAPH 2008에서는 ‘복잡한 교차로의 효율성’에 대하여 컴퓨터 공학자, 도시환경공학자, 사회학자, 에니메이터, 건축가가 함께 고민하여 단순한 아름다움이나 획일적인 효율성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다 더나은 교통의 순환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머리를 모은 고민의 결과물을 공유했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별 생각없이 SIGGRAPH 컨퍼런스에 참석해 머리에 둔기를 한대 얻어맞았던…)

SIGGRAPH 2017
SIGGRAPH 2017은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5일간 배움, 영감, 전문, 교류를 핵심으로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진행된다 합니다. (여기)

더불어 최근에는 Sonar+D, 그리고 SXSW (South by South West)와 같이 문화예술의 기술에의 교류와 협력에 대한 다양한 컨퍼런스들 또한 개최되고 있습니다. (SIGGRAPH의 경우 ASIA 버젼이 별도로 진행되니 멀리 못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물론 한국에도 다양한 컨퍼런스들이 존재하고 해왔습니다. 마케터를 위한, 개발자를 위한, 디자이너를 위한, 기획자를 위한… 그런데 이들 모두가 ‘하나의 의미’로 통합되거나 서로 간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매우 적습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 관점이 있겠지만. ‘1) 교육 강연식의 컨퍼런스 획일화, 2) 컨퍼런스를 받아드리는 청중의 관점, 3) 컨퍼런스에 대한 기업체의 참여 유도 방식’이 문뜩 떠오르네요. 이부분은 다른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헌데, 9월부터 필자의 페이스북에 그 간의 국내 컨퍼런스의 틀을 깨는 주제를 가진 ‘Startup:CON 2016‘이 자꾸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스타트업콘 2016
‘스타트업콘 2016’ 개최 페이스북 안내 포스트

“아니 이게 뭐야? 이런게 한국에서 그것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열린다고?”

일단 기대가 컸던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1. 기존 컨퍼런스들의 모습과 달랐습니다. 기술과 문화예술의 콜라보레이션은 시간이 걸리고 그 고민의 과정과 산물을 중시여겨야 하며, 자칫 그 결과가 예상했던 ‘환타스틱’한 것으로 도출되지 않을 수 있는데, 명쾌한 결과와 지식의 전달을 중요시 하던 그 간의 컨퍼런스와는 다르게 “이거 뭐야? 그래서 뭐?”라는 의문점을 갖게되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분야와 분야의 믹싱은 시간이 걸립니다. 연사가 올라와서 틀을 깨는 발표 해도 ‘오키!’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랄까요?
  2. 연사들의 구성이 기존과는 달랐습니다. 어느 한 기업체의 홍보를 위한 수단보다는 국내 ‘통섭’의 한계를 지적하려는 듯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 엔지니어들이 각자 혹은 콜라보의 모습으로 참여하여 ‘한방 먹여주겠다’는 구도 또한 보여졌습니다.
  3. 정부가 나섰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앞으로 스타트업과 관련한 국책투자방식에도 미세하게 나마 다른 요소가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콜라보를 좋아하는 카일루아 팀원 모두가 데일리제주의 베타서비스 런칭을 얼마앞두고서(…)  ‘Startup:CON 2016’ 참가와 서울 트랜드 탐방을 위해 5일 간 서울에 모이기로 하였습니다. 일종의 팀 밋업이라고 해야할까요?^^;

스타트업콘에 참석한 카일루아 멤버들
스타트업콘에 참석한 카일루아 멤버들. (좌측부터) 박찬정, 강범준, 김동하, 소준의.

첫 연사로 나선  디자인 사고의 아버지 Tom Kelly는 “사람이다. 기술이나 예술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인간에의 공감에서 시작하여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며 기본적이지만 한국 사회에 자극제가 될 만한 화두로 ‘Startup:CON 2016’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크게 연사의 강연, 스타트업들의 쇼케이스 / 예술가와의 콜라보, 공연, 연사들 간의 좌담, 연사와 워크샵과 점심식사로 구성되어 진행되었습니다.


톰 캘리의 강연이 궁금하다면 8:00부터. (클릭)

인상적이었던 몇몇 연사들은 ‘사람을 위한 기술과 문화 활용에 대한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언급하였고, 쇼케이스를 펼친 다수의 국내 스타트업들은 주로 ‘음악’이라는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아쉬운 점이기도 하지요, 문화예술에 음악외에도 다양한 것이 많기도 하니까요)

스타트업콘 강연모습
스타트업콘 강연모습. 요즘 핫한 팬덤기반 아티스트 성장 플랫폼 ‘SEE SO’.

또한, 실리콘 벨리에서 성공적으로 성장 중인 창업가, 그 곳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의 한국인 직원이 연사로 참가하여 그들 회사와 실리콘 벨리의 문화, 창업기, 한국과 다른점 등에 대해 ‘실리콘 벨리의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다소 직설적인 좌담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스타트업콘 좌담 모습
스타트업콘 좌담 모습. BinaryVR의 유경환 이사, Smule의 배정윤 PD, Chartmetric의 조성문 대표.

이자리에서 BinaryVR의 유경환 이사는 ‘기술 투자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M&A에 저평가지향적인 국내 환경보다 실리콘 벨리가 VR 혹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에는 더 나은 환경이다. 하지만 (VR) 컨텐츠 제작과 관련한 스타트업이라면 한국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와는 조금 다른 논조로 ChartMetric의 조성문 대표는 ‘예전과는 다르게 한국의 창업환경도 많이 좋아졌고 무조건 미국에서 창업해야 한다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재미난 점은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다수가 음악 관련 서비스의 쇼케이스를 진행하였던 것과 달리 해외(한국인 대표의 실리콘 벨리 창업) 스타트업/연사의 경우 VR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 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UNV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Gabo Arora는 ‘타인의 아픔을 대변한다는 것‘이라는 주제로 “2014년 부터 최신 기술인 VR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여 한 자리에서만 그 아픔을 공유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상황을 걸어다니며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해외 연사들의 VR에의 사랑은 역시나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국내에서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 것일까요? (VR용 오디오 솔루션 기업인 GAUDIO를 제외하면…)

스타트업콘 공연모습
스타트업콘 중 IDIOTAPE의 공연. 단순 공연으로 진행되어 아쉬웠으나 그만큼 어려운 부분이 융합입니다. 공연 영상은 여기 클릭

이번 ‘Startup:CON’은 독특하게도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스타트업들의 예술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보여졌습니다. 결과물이 ‘이게 정말 콜라보의 산물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아할 지언정 실제 예술가와 스타트업의 고민이 묻어나는 과정도 있었고, 둘의 호흡과정이 서비스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콜라보의 경우는 기술 소개 따로, 공연 따로 짬짜면 반반과 같이 진행되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달리 표현하면 다른 분야의 융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겠고, 이러한 관계의 시작으로 서로의 생각에 새로운 씨앗이 생길 수 있었음은 물론일 것입니다.

더불어 ‘Startup:CON 2016’은 일반 등록 참가와 함께 국내 창업가와 예술가 100인을 별도의 사전 신청으로 선정하여 이들 100인과 컨퍼런스 연사들의 워크샵, 만남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멍석을 깔아줄거 아주 제대로 깔아준 격인데요. 필자의 경우는 톰 캘리의 ‘디자인 사고’ 워크샵과 구글 캠퍼스 서울의 임정민 총괄과의 점심식사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먼저 톰 캘리의 ‘디자인 사고’ 워크샵은 2시간여 동안 2인 1조로 ‘지갑’을 만들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톰 캘리의 ‘디자인 사고’에 대한 ’empathy-define-ideation-prototype-test’ 과정을 듣고 상대방을 위한 지갑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서의 조각 수업 이후에는 색종이와 가위를 함께 사용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요… 동심으로 돌아가보았습니다. 처음 보는 분의 지갑에 대한 생각을 듣고 만들어 주기 위해.

별도로 진행된 톰 캘리와의 워크샵 시간
별도의 장소에서 진행된 톰 캘리와의 ‘디자인 사고’ 워크샵 시간.

저의 경우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 분과 매칭되어 서로의 지갑을 갑작스례 공개하게 되었고, 꾀나 놀라운 작업의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지갑에 이상한 물건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머니클립과 같이 카드와 지폐위주의 아주 간단한 지갑을 선호하는 여성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상대 분은 ‘프라이탁’의 매우 간단한 카드와 약간의 쿠폰을 넣을 수 있는 얇은 지갑을 갖고 계셨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카드와 쿠폰 만을 빠르게 꺼낼 수 있고 얇은 부피로 자켓에 쉽게 들어가는 지갑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번 기회를 통해 ‘디자인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이미 ‘공감’의 과정에 이르기도 전에 자신 중심’의 생각 만을 가지고 상대가 어떤 물건 혹은 서비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평생 고민 하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 사고’의 과정을 맛보면서, 다소 세부적인 반복과 관찰의 과정으로 인한 비효율성이 보여졌습니다. “만약 ‘컴퓨터적 사고‘를 활용하여 ‘문제를 공감’하고 그 방법을 효과적인 적은 수의 방법으로 도출하여 실제 적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인 사고'를 통한 지갑 만들어보기 과정
‘디자인 사고’를 통한 지갑 만들어보기 과정. 해당 과정이 궁금하다면 여기 클릭. (사진 출처 :  https://dschool.stanford.edu/)

두번째 날, 구글 캠퍼스 서울 임정민 총괄과의 점심은 뜻밖에도 ‘리모트와 연결‘이라는 주제로 꾀나 흥미진진하게 이루어졌습니다. 4명의 다른 창업가 분들과 함께 한 자리였던 터라 일부 참가자 분들은 본인의 아이디어와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기도 하였지만, 멍석을 깔아주는 방식이 아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구글 캠퍼스 서울이 생각하는 ‘커뮤니티’와 ‘연결’에 대한 비전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동시에 창업가였던 임정민님의 리모트 업무 방식에 대한 생각과 고민에 대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습니다.

임정민님은 구글 캠퍼스 서울 이전에 창업가로 다년간 원격 근무에 대해 고민해 오셨던 터라 ‘리모트를 위한 업무가 아닌 결과에 입각하여 그 과정에 자율성을 둔 방식‘이라고 리모트의 가치를 설명하셨습니다. “얼굴을 맞댄 회의가 필요할 때는 함께 모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때는 서로의 스케줄에 맞춰 결과물을 도출하면 되지않는가”라며 “창업가는 핵심적인 가치를 팀원들과 함께 나누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사이트를 공유해 주셨습니다. 임정민님이 번역하신 도서  ‘리모트‘도 조만간 한번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 하기 전엔, 상대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하고 자리에 참석하는데, 리모트 분야에 정통하신 줄은 모르고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네요… 세상은 참 좁은 것 같습니다)

톰 켈리의 컨퍼런스 시작 연설에 마치 ‘수미상응’으로 응대하듯 컨퍼런스 막바지에 구글 아트 디렉터인 ‘타카시 가와시마’는 강연에서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픽사의 존 라세티의 말을 언급하며 기술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한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이 것이 아닐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을 한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이 것이 아닐까?

사람을 중심으로 한 기술과 문화예술의 조화. 그리고 이 둘을 통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들이 생각하고 이뤄나가야 할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느꼈습니다.

역시나 ‘틀린 것은 없고 그 다름을 함께 나누며 더 성장해야 한다’고 다시금 되뇌여 봅니다.

우리들의 다음 만남을 위해
우리들의 아름다운 다음 만남을 위하여 건!배!

카일루아 사람들의 다음 만남은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이어지게 될까요? 이번 만남에서는 너무나도 배운점, 느낀 점들이 많았던 터라 다음 만남이 더 많이 기대됩니다 🙂

만남2 – 오토매틱 카일루아를 찾다!

지난 5월 17일, 제주창조경제혁신 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노마드 밋업 @ 제주’에서 오토매틱, 탑텔 등과 같은 세계적 리모트 기업들과 함께 제주 기업 중 하나로 카일루아가 참여하게 되었고, 이 행사 중 만난 이들과 지속적으로 리모트 업무와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을 기업 내에서 구체화 시킬 수 있는 솔루션과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밋업 @제주에서 발표하고 있는 카일루아 소준의 대표
디지털 노마드 밋업 @제주에서 발표하고 있는 카일루아 소준의 대표

여기서 만난 오토매틱의 Matt Perry, 탑텔의 Alexey Shein, 포브스의 Kavi Guppta, 프로그래머 Sam Thomson과는 이후에도 리모트 방식과 디지털 노마드 기업을 만드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묻고 카일루아의 고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신뢰’ 혹은 ‘믿음’이라는 것인데요. “어떻게 관리하냐”는 수많은 한국 분들의 질문에 대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라는 표정과 함께 “나는 내 동료가 당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 최선을 다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을 믿는다”라는 어쩌면 형식적인 답을 했습니다.

[리모트 업무 #4] ‘독야청청’ 리모트 회사 ‘카일루아’ 입니다.

오토매틱, 탑텔, 오랜 기간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해온 프로그래머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노하우를 혼자만의 것으로 가지고 공유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디지털 노마드 밋업에서 만난 이들, 그리고 해외 유수의 리모트 기업의 사람들은 “이러한 노하우가 더 공유되고 함께 나눠 개선될 때 더욱 발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른 7월 26일.

제주창조경제혁신 센터의 주선으로 오토매틱 ‘해피 엔지니어’ 팀원들이 카일루아에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토매틱 ‘해피 엔지니어’ 팀장인 Joe Boydston은 그들이 일하는 방식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카일루아에 소개하고, 아직 경험이 적은 카일루아 사람들은 그들과 우리들의 문제와 해결 방식에 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해피 엔지니어’ 팀원들은 자신들의 리모트 경험과 오토매틱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특히 화상채팅과 P2라는 사내 리모트 업무 시스템을 활용하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오토매틱 '해피 엔지니어' 팀원들이 카일루아를 방문했습니다
오토매틱 ‘해피 엔지니어’ 팀원들이 카일루아를 방문했습니다. 팀장인 Joe Boydston이 오토매틱의 업무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P2라는 시스템은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베이스로 개인, 팀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를 공유하고 서로를 태그하는 등의 아사나(ASANA)와 같은 협업 솔루션으로 단순히 팀 내의 업무 내용을 공유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한 팀원이 다른 팀의 업무를 살펴볼 수도, 직접 참여할 수도 있도록 ‘개방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봉 혹은 급여가 달라지지 않음에도 다른 팀의 업무 중 관심있는 일을 직접 찾아서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오토매틱 '해피 엔지니어' 팀원들이 카일루아를 방문했습니다. 카일루아 소준의 대표가 카일루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카일루아 소준의 대표가 카일루아의 업무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재미난 점은 오토매틱도 행아웃 외에 줌 등의 화상회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지만, 인터넷이 끊기거나 속도가 느린 곳에서는 종종 회의 불참의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때를 위해, 혹은 회의 내용의 기록 및 동기화를 위해, P2에 회의 내용 및 업무 디테일을 반드시 기록/공유한다고 합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질의응답 및 노하우 공유 중 ‘동남아에서 스타트업을 했던’ 친구와 ‘오토매틱 일과 스타트업 일을 병행하는'(“내 일만 잘 할 수 있으면 투잡도 가능!”이라는) 친구들을 알게되었고 이들은 “카일루아가 만들고 있는 플랫폼이 흥미롭다”며, 본인들의 스타트업 경험을 페이스북 메세지로도 알려주며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선으로 워드프레스를 만드는 오토매틱 친구들과 카일루아 사람들이 함께 리모트, 팀으로 일하기, 각자의 회사에 대해 짧게 나마 이야기 하는 시간! 너무나 더웠던 하루였지만 머리와 가슴 뜨거워 지는 열정적 이야기에 행복했답니다!

다음에 또 봐요!

#Automattic X #Kailua

[리모트 업무 #6] 협업의 문제점과 진짜 의미

지난 번 이야기에서 협업의 핵심인 그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리모트 업무 #5] 협업의 핵심, 그리고 솔루션의 선택)

이번 이야기에서는 협업을 진행하면서 얻게되는 장점들과 문제점 그리고 진짜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해보록 하겠습니다.

구글 행아웃
구글 행아웃 활용 모습

기본적으로 리모트 업무방식도 일반적인 업무 형태와 마찬가지로 “업무의 기획, 관련 내용 공유, 전체 회의, 업무 분담/지정, 각 분야 간 개별 회의 및 업무 진행, 완료된 각 업무의 통합, 결과물 확인, 피드백, 후속조치”의 기본 구조로 이뤄지며 “각 분야 간 개별 회의 및 업무 진행, 완료된 각 업무의 통합, 결과물 확인, 피드백, 후속조치”부분은 n회에 걸쳐 프로젝트의 완벽성을 기하기 위한 목표치 만큼 반복되 곤 합니다.

이렇듯 업무의 기본 흐름은 크게 다를바가 없지만 업무 전반에 걸쳐 

  1. 회의를 제외하면 동 장소, 시간에 일을 하지 않으며
  2. 업무가 분담된 이후에는 각자 알아서 해당 부분을 완료합니다

리모트 업무의 방식은 업무의 흐름은 같으나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각각의 업무 요구 상황에 따라 비동기화되거나 동기화 된 상황에서 이루어 진다는 것입니다. 

이때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일까요?

한 사람이 기획한 내용이 다른 협업 대상자들에게 명확한 의미로 전달이 되어야 함과 함께 제때 전달 되어야합니다. 동기화가 가능한 리모트 협업 솔루션을 비동기화 솔루션과 함께 활용하면 제때 해당내용을 전달하는 문제는 해결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의미의 전달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의미 전달의 문제점이 발현되는 이유에 대해 살펴봅시다.

  1. 분야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

     – 대화방식에 따른 차이의 경우, 기술분야의 특성상 ‘테스트’를 기본으로 한 귀납적 사고가 일반적인데, 이러한 테스트(경험)를 기반으로 한 사고체계가 일반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사고하는 기획/마케팅 분야의 인력이 평상시 해온 방식과는 다름
    – 기획/마케팅 분야와 기술분야의 대화 단어의 차이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어려움과 이런 경향으로 인한 대화의 단절 (엔지니어가 기획자들은 어려운 것을 못알아 듣는다고 생각하고, 기획자는 엔지니어의 깊이있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려하지 않는 문제)

  2. 기존의 뜬구름 식의 업무 방식

     – 테이블에 모여 리더의 주도하에 맞춰가는 회의를 진행해온 경험
     – 상부의 기획(명령)을 기본 삼아 세부사항을 결정하던 방식
    으로 인해 각 담당자가 회의에서 분야별 전문성을 드러내기 위해, 혹은 한마디 해야하기 위해 진척도 낮은 방식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상황

    보통의 사무실 업무환경
    보통의 사무실 업무환경
  3. 공유, 흐름, 분석에 관심 없었던 업무 방식
    – 효과적인 방법(솔루션)을 활용해 업무 구조 상의 흐림과 세부 진행 내용의 분석하고 이를 통해 목표한 성과를 내는 방식 보다는 동시간 대에 항상 동기화된 상황을 가정한 ‘일한 척’에 근거한 업무 방식

1번, 분야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의 경우, 다른 분야 간의 단어 적립, 각 분야의 대화 방식의 특성을 공유하고 모두가 공감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하는 선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분야에서 자신들의 분야에 효율 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의해 동의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당분야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을 참고하여 추후 분야의 차이가 극복된 상황이 되었을 때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2번, 뜬구름 식의 업무에 관해서는 리더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업무 과정 중 반드시 공유가 필요하거나 프로젝트 첫번째 회의 등 실시간 동기화가 필요한 부분과 개별 업무 진행과 같이 비동기화 되었어도 솔루션을 통한 동기화가 가능한 부분을 구별하여 개인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퍼포먼스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스크럼 방식으로 일하기. 서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공유된다. <출처 : Agile Complexification Invert>

3번 또한 2번과 마찬가지로 업무가 단순한 ‘일한 척’에 근거한 것이 아닌, 수치, 경험, 실사 등을 통해 증명가능한 방식을 통해 목표한 성과를 내는 것임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결국 리모트 협업 방식은 업무를 진행하는 개인의 전문성에 신뢰를 가지며, 각자가 개별 분야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고, 이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리더와 기업 문화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리모트 협업 방식에서 리더의 역할은 어떠한 형태를 말할까요?

다음화에서는 리모트 협업에서의 리더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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