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를 망치는 사람

이번에는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자, 회의를 망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즉 회의를 망치는 사람이 나라는 소리다.

지난 팀원들과의 회의 말미쯤, 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회의에서 나는 팀원들의 의견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계속되는 회의에서의 내 필요성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좋지 않은데, 심지어 나는 저 생각을 말로 내뱉었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그날 내가 왜 그랬던 걸까?

그날 시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서의 내용은 주로 컨텐츠의 방향에 대한 것들이었다.

주제자체가 내가 개입할 여지가 적은 분야이기도 했지만,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했다. 그래서 모르는 부분이 계속 나올 것이 분명했는데, 난 그날 회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듣기만 하고 있었을 뿐.

회의 :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것.

회의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여럿이 모여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회의다. 즉 어떤 주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구하고, 각기 뻗어나간 여러 의견을 하나로 취합해 가는 과정이 회의다. 급진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단순히 듣기만 하는 사람은 회의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다. 사전적 정의대로라면, 회의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 사람이 필요할까? 게다가 그 사람이 동료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듣고만 있다면, 그런 사람은 더더욱 필요 없을 것이다. 그건  말을 듣고 동문서답하는 시리보다도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면 나는 왜 그날 회의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다른 팀원이 말하는 것을 그냥 듣고 있었다. 듣고, 생각해보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닌 그냥 듣기만 했다. 회의는 의견의 교환이지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동료들도 내 의견을 듣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날 내 의견을 말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회의 때 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만들었다.

또한, 난 그 날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을 다른 팀원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부분에 관해서 물어봤을 때 직접 대답을 해주거나 아니면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다르게 설명해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질문을 하면 회의의 흐름을 끊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하지 않았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전형적인 질문 안 하는 한국인처럼 행동했다.

앞서 서술한 두 행동을 지금 와서 다시 생각을 해보니, 나는 그날 회의 시간에 주로 나오던 이야기와 좀 다른 방향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왠지 쓸데없이 회의가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꺼내면 내가 귀찮아질 거 같으니까 스스로 내 의견을 억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러면 안 됐다. 사실상 직무유기나 다름없지 않나 싶다.

이쯤 되니 이러려고 회의에 참여했나 괴롭고 자괴감이 든다.

다만 반성문을 쓰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윗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내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동료들이 있다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의견을 냄으로써 일종의 논쟁(?)을 시작할 수 있고, 오가는 논쟁과 합의 과정에서 좀 더 견고한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긴 회의는 서로간의 의견을 조율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또한 의견을 내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내 분야에서도 내가 업무를 이끄는 것이 아닌 업무가 나를 끌고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회의 때 동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업무의 진행 방향을 정한다. 하지만 회의 때 나온 모든 의견에 아무 이견 없이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이고, 업무 진행 방향에도 다른 의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뭔가 아니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 회의에서 아무 의견도 제시하지 않다가 즉 어정쩡하지만 동의를 표했다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쉬울까? 아마 대다수는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냥 업무를 진행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즉 업무가 나를 끌고 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의견을 가진 서로가 함께 말을 하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의도가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더 적극적으로 회의 때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것은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 형태로 타인이 생산해낸 결과물을 사용하는 형태 혹은,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해결 책을 찾아가는 ‘협업’을 하며 살아간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프로그래머 혼자 모든 일, 혹은 문제를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들 또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협업을 한다.

그리고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의견을 듣게된다.

이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조금은 거친 언쟁도 날 수 있지만, 이 대화와 공유의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한 합의안을 만들고 일을 진행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이 새로운 개념을 서로가 학습하고 이해한다는 관점에서 흥미로울 수도 있지만,  정말 의견충돌이 심할때는 종종 지루하고 힘든 싸움(?)이 될 수 있다. 합의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다.

시간 측면에서 보면 합의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당장 내 일 하기도 바쁜데, 회의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낭비라 생각될 수 있다. 그리고 회의시간에 자꾸 내 의견에 테클을 거는 저 사람이 정말 싫을 수도 있으며, 모두가 동의 하는 의견에 반대 의견을 제시해 회의 시간을 질질 끌어 최악의 순간을 만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수의 반대 의견이 싫다고 깔아 뭉개면 구성원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기 꺼려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조직내의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다.

조직 전체가 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혹은 아무도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을때 지적을 할 수 있을까? 재밌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다양성이 부족한 조직은 변화에 대응하기도 힘들고 쉽게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협업을 하는 사람이지, 소수 의견을 깔아 뭉개는 사람이 아니다. 가끔은 협업시스템 내에서 하나의 의견을 가지고 키보드 배틀을 하더라도 다른 의견을 듣고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격 근무가 갖는 강점은 위에 나열한 토론을 빙자한 키보드 배틀이 솔루션을 활용함으로 인해, 모두 기록에 남는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댓글들...
어마어마하게 많은 댓글들… 풍선을 열어보면 더 많다…

누가 토론과 논의라는 전장에 참전했나 감시하기 좋다는게 아닌, 이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들을 다른 사람들(키보드 배틀에 참전하지 않은 사람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데에 그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합의과정에 이르는데 까지의 생각의 흐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이서 싸우고 나서 갑자기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담배를 피러가서 화해하고 합의하고 나오는 것과 같은 ‘막후’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프로그래머다.

하지만 단순히 기능 구현만 하는 프로그래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전장(?)에 참전하여 합의점을 잘 이끌어 내는것도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설계하고 실체화 시키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니까.

전장에서 합의된 내용을 실체화 시켜야 하는데, 합의가 잘 안되어 오락가락 한다면 내가 만드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것이다.

어떤 게임(이미 알고있으리라고 생각한다)에서 팀원간 합의가 안되어 캐릭터 선택도 제멋대로, 거점을 점령 또는 방어하는데 전선 유지도 안되고 제멋대로 싸우다가 죽어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답은 빠른 선택 탈주다
그렇다면 답은 빠른 선택 탈주다

프로젝트에서도 게임과 마찬가지로 합의가 안되면 제대로 된 일을 해내기가 힘들다.

요구사항이 바뀌어 급하게 추가되는 기능, 만들다가 버려지는 것들,  검증시간의 부족, 그리고 늘어가는 한숨.

그에따라 나오는 결과물은 그 상태도 영 좋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내일도 또 다른 전장에 참전해 또 다른 합의점을 이끌어내려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아… 그 전장이 66번 국도라던가, 왕의 길이라던가 그런 전장은 아니다…